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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끊어진 곳에

2020.11.15 19:20

배재우전도사 조회 수:145 추천:1

제목 길이 끊어진 곳에 
본문 에스라 3:10~13(구약 713) 
날짜 2020-11-15 
설교자 전용표 목사 

 

2020 추수감사절 설교

성경 : 에스라 3:10~13(구약 713)

제목 : 길이 끊어진 곳에

 

 

오늘이 추수감사절입니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추수감사절입니다. 찬양대의 찬양도, 특별순서도 없는 한편 소박하고, 또 한편으로는 초라한 추수감사절입니다. 코로나사태가 터진 이후 우리 생활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모든 것에 제약이 따르는 불편하고 까다로운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해서 살아가고들 있습니다. 과연 코로나 상황에서 지난 열 달을 불편하게 살아온 다음 맞이하는 추수감사절에 무엇을 감사할 수 있을까요?

 

 

길이 끊어진 곳에 겸손의 길이 열린다

 

 

오늘 본문은 포로로 잡혀갔던 이스라엘 백성이 고국에 돌아와 성전을 재건하면서 기초를 놓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 지금 우리와 비슷한 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그들도 심각한 단절을 경험했다는 점입니다. 나라가 망하는 바람에 자유를 박탈당하고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자유인으로 살다가 남의 종이 되어 살았습니다. 심각한 단절을 경험한 것이지요. 그러다가 회복됩니다. 고레스라는 왕의 도움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해방을 맞이하였고 고국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너졌던 성전을 70년 만에 재건하였습니다. 끊어진 길이 다시 이어진 격입니다. 그런데 포로로 잡혀 가서 산 기간도 길이 아닌 것이 아니라 길이었습니다. 좀 불편하고 힘든 길이었을 뿐입니다. 그토록 죄를 끊지 못하고 망하던 길로 가던 이스라엘 백성이 자기 살 길도 망막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집을 먼저 건축하는 신앙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고통스러운 포로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포로생활을 통해 버리지 못했던 죄의 습관을 버리고 하나님의 백성다워지는 연단을 받았던 것이지요. 쉬운 길은 즐기는 길이지만 어려운 길은 배우는 길입니다. 저렇게 가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으실 때 하나님은 어려운 길을 주셔서 우리를 깨우치십니다.

험준한 바위산에 갔다가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깎아지른 절벽 바위 구간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산이었습니다. 힘들게 능선을 올랐는데 오르자 마자 거대한 바위산이 나타났습니다. 대개는 큰 바위가 나타나면 바위 오른쪽이나 왼쪽, 어디 한 쪽은 절벽이더라도 다른 한쪽에는 돌아가는 샛길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기도 그렇겠지!’ 하고 왼쪽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절벽은 아닌데 경사가 너무 심해서 더이상 가다간 위험하겠더라고요. 한참을 다시 올라와서 반대쪽으로 가보았습니다. 거기는 시작부터 수십 미터 절벽이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오른쪽도 길이 없고 왼쪽도 길이 없으면 어디로 가란 말이야?’ 같이 갔던 목사님이랑 그러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까 정면에 우뚝 솟은 바위 앞에 어떤 산악회가 붙여놓은 리본이 보이는 겁니다. ‘어, 리본이 왜 저런 곳에 붙어있지?’ 하는 순간에 불길한 예감이 들더군요. ‘설마, 저길 올라가라는 건 아니겠지?’ 설마가 진짜 사람 잡더군요. 바위를 기어 올라가는 것이 길이었습니다. 수직 절벽에 가까운 바위였는데 발 디딜 틈은 겨우 3cm 정도밖에 안 되었습니다. 몸을 최대한 바위에 밀착시키고 살짝 튀어나온 곳을 조심조심 밟고 기어올랐습니다. 등산하면서 겁먹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겨우 바위산을 넘었는데, 그런 코스가 여섯 개 더 있는 겁니다. 평생 못 잊을 등산이었습니다. 같이 갔던 목사님이 그러더군요. 진짜 산을 경험했다고. 다듬어진 등산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산의 진면목을 경험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입니다. 산 앞에서 겸손해야 된다!

길이 앞이나 옆으로만 이어진다는 법 없습니다. 위로도 이어집니다. 땅만 길이 아니라 바위도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평지로만 된 길을 걷다가 험준한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길을 만나 열 달째 걷고 있습니다. 불편하게 열 달을 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우리 사람들이 지금까지 교만하게 살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이 지구가 마치 우리 인간들만의 것인냥 얼마나 교만하게 자연을 대하고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너무 흥청망청 살았습니다. 물질적으로도 아까운 줄 모르고 흥청망청이었고, 주어진 자유를 쓰는 면에서도 흥청망청이었습니다. 주어진 자유로 내 욕심 채울 줄은 알았지, 하나님 영광 위해서 쓰는데는 인색했던 적이 많습니다. 이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기에 불편한 시간이었지만 더없이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뭔가를 가르치시려 하실 때에는 어려운 길, 불편한 길을 주십니다. 어려운 길을 만났을 때 겸손을 배우면 끝이 빨리 옵니다.

 

 

모자람이 은혜이다

 

 

나라를 잃고 잡혀가서 남의 나라, 남의 나라 사람을 섬기면서 살다가 해방되어 돌아왔을 때의 감격은 컸을 겁니다. 거기다가 무너진 성전을 70년 만에 재건하는 일을 자기들 손으로 이루었을 때의 감격은 더할 나위 없었을 겁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제사장들은 예복을 입고 레위인으로 구성된 찬양대가 악기를 연주하며 찬송을 할 때에 모두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였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다들 기뻐하며 함성을 지르는 중에 대성통곡을 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12절을 봅시다.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과 나이 많은 족장들은 첫 성전을 보았으므로 이제 이 성전의 기초가 놓임을 보고 대성통곡하였으나 여러 사람은 기쁨으로 크게 함성을 지르니(12)

 

대성통곡한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제사장과 레위인, 족장들로서 무너지기 전 성전을 보았던 자들입니다. 이들이 성전을 재건하는 기쁜 날에 대성통곡을 한 이유가 학개 2장 3절에 의하면 재건하는 성전이 예전에 화려했던 성전에 비해서 너무 보잘 것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전 성전은 솔로몬이 나라의 모든 국력을 총동원하여 건축한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이었습니다만 지금 자기네가 건축하는 건물은 모든 것이 열악한 형편에서 건축하는 것이니 부족하고 초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학개는 초라한 성전을 보면서 대성통곡하던 자들에게 “이 성전의 나중 영광이 이전 영광보다 크리라”(학2:9)라고 선포하였습니다. 솔로몬이 지은 성전은 화려함의 극치였습니다. 더이상 채워넣을 영광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금 우리도 모든 것이 예전만 못합니다. 모자랍니다. 그런데 모자람이 곧 은혜임을 알아야 합니다. 모자람의 다음 단계는 채워지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화려하면 시들게 되고 가득하면 비게 되는 것이 하나님이 정하신 이치입니다. 반면 모자라면 채워지게 되는 것이 또한 하나님 정하신 이치이고요. 미련하면 너무 채우려고 합니다만 지혜로우면 모자람을 감사히 여깁니다. 사람이 자리를 얻는 것도 지혜로워야 합니다. 내 능력이 100인데, 좋은 자리라고 120능력이 필요한 자리를 덥석 물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나중 가면 소화불량에 걸립니다. 능력이 100이면 차라리 70의 능력이 필요한 자리가 좋습니다. 70의 능력으로도 감당할 수 있으니 다 잘 해내지요. 그러다 보면 또 인정을 받아 다음 자리로 올라서게 되는 것입니다.

모자람이 은혜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권력도 모자라야 덜 썩고, 돈도 조금 부족해야 귀한 줄 알고, 사람이 덜 타락합니다. 그렇게 볼 때 모든 것이 예전만 못한 지금 상황이 은혜의 상황입니다. 감사해야 합니다. 부족했습니까? 그것을 오히려 감사하십시오. 그래야 채워집니다.

 

 

새로운 생태계를 열어주실 것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처음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는 다들 처음 겪는 상황이라 더 불편해하고 더 불안해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마스크도 얼마나 불편했습니까? 숨이 막히는 것 같고, 이걸 어떻게 계속 쓰고 살까, 망막했는데, 이제는 마스크 없으면 오히려 허전합니다. 마스크 없으면 나를 너무 많이 드러내는 것 같고 마스크 쓰면 사생활이 보장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할 정도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가 된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은 나라가 망해서 길이 끊어진 것 같았지만 그것은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이었지 끝이 아니었습니다. 남의 나라 잡혀가서 포로민 신세로 산다는 것이 많은 고통이 따르는 것이지만 거기서 얻는 또 하나의 이득은 안목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바벨론과 페르시아라는 세계적인 나라들을 경험하면서 우물안 개구리 수준의 안목에서 국제적 수준의 안목으로 안목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하나님은 손해 보게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2016년 노르웨이에 있는 국립공원에서 순록 323마리가 벼락을 맞고 한꺼번에 죽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립공원 측은 순록의 사체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죽은 순록 사체를 그대로 방치하면 쥐떼가 들끓게 되고 전염병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국립공원 측을 비판하였습니다. 국립공원측은 벼락에 의해 죽은 것은 자연현상인데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에 인간이 인위적으로 손을 대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국립공원 측은 죽은 323마리의 순록 사체를 4년 간 방치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순록 사체로 인해 곤충이 많이 늘어났고 곤충이 늘어나자 곤충을 먹는 새들도 늘었습니다. 식물도 번성했습니다. 순록 사체는 까마귀와 독수리, 여우 등 동물들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했고 그로 인해 생태계는 엄청나게 풍성해졌습니다. 반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쥐는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쥐보다 힘센 동물들이 사체를 뜯어먹으니까 쥐가 접근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순록이 떼죽음 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생태계가 신기한 것은 죽은 순록떼는 다른 동물이나 식물의 풍성한 먹이가 되어 결국에는 생태계가 더 풍성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올 한해 예전보다 더 나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예전보다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이 만드신 생태계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놀라운 복원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태계는 인간이 손만 대지 않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균형을 잡아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려움을 통해서 겸손을 배워서 하나님께 두 손을 들면 하나님이 알아서 균형을 맞춰주십니다. 이스라엘은 비록 징계로 이루어진 포로민 생활이었지만 그것을 통해서도 값진 것을 얻게 하신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징계나 심판이나 고통으로 끝나게 하시는 법이 없습니다. 반드시 영광의 회복으로까지 나아가게 하십니다. 잃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더 값진 것으로 채우고야 마시는 하나님입니다.

 

 

맺는 말

 

 

오늘 추수감사절입니다. 모든 것이 불편하고 부족하고 위축된 코로나 상황에서 감사할 것이 있을까 싶지만, 천만에요. 불편하고 어려운 길이기에 평탄한 길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모자라야 채워지기에 감사합니다. 결국은 균형을 잡으시고 회복의 영광을 누리게 하실 것이기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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