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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해의 복기(復棋) 
본문 디모데후서 4:10~18(신약346) 
날짜 2016-12-18 
설교자 전용표 목사 

 

  바둑에 복기(復棋)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둑을 다 둔 다음 평가를 위해서 둔 순서대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바둑알을 놓아보는 것을 말합니다. 바둑을 다시취미로 바둑을 두는 사람은 자기가 둔 것을 30수까지 기억해서 복기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프로기사들은 자신과 상대방이 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와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해서 다 놓을 수 있다고 합니다. 취미로 바둑 두는 분들은 대부분 복기를 하지 않습니다. 귀찮기도 하고 필요성도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프로기사들은 반드시 복기를 합니다. 기본적으로 귀찮은 과정이며 시합에 졌을 경우 고통이 동반되는 과정이지만 반드시 복귀를 합니다. 프로기사에게 복기는 자기반성이고, 성장하고 싶다는 의지이고, 교만을 경계하는 겸손입니다. 바둑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힘들어도 복기는 필수입니다.

 인생을 취미로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인생은 실전입니다. 그러기에 한 해를 마무리하기 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돌아보는 복기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돌아보면 저절로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기억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도 있을 것입니다만 모두가 내년을 위한 거름이 될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로마감옥에 투옥되었다가 주후 68년경 순교를 하는데, 디모데후서는 바울이 순교하기 직전 친아들처럼 여긴 디모데에게 쓴 마지막 서신(書信)입니다. 디모데전서와 마찬가지로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목회에 관한 가르침을 담고 있지만 순교를 직감하고 있던 터라 분위기가 상당히 사적(私的)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 중에서도 맨 마지막 부분입니다. 상당히 개인적인 내용입니다만 그러기에 바울의 인생을 더 진솔(眞率)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1. 어쩔 수 없는 것은 주님께 맡기십시오

 

 

 바울은 에베소에서 목회를 하고 있던 디모데에게 속히 로마 감옥에 있는 자신에게 와 줄 것을 부탁합니다. 아마 순교할 날이 가까이 왔음을 직감하고는 믿음의 아들 디모데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함께 하던 동역자들의 근황을 이야기 합니다. 10, 11절을 봅시다.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여 나를 버리고 데살로니가로 갔고 그레스게는 갈라디아로 디도는 달마디아로 갔고 누가만 나와 함께 있느니라 네가 올 때에 마가를 데리고 오라 그가 나의 일에 유익하니라(10,11)

 

 먼저 데마와 그레스게, 디도 등 바울 곁을 떠나간 사람들을 언급합니다. 그레스게와 디도는 사역지를 돌보기 위해 더 이상 바울 곁에 머물지 못하고 떠나갔던 것 같습니다만 데마라는 사람은 떠나간 이유가 좀 다릅니다. 데마는 세상을 사랑해서 떠나갔다고 합니다. 골로새서 4장 14절과 빌레몬서 1장 24절을 보면 데마도 원래 바울을 도와 복음을 전하던 자였습니다만 믿고 따르던 스승 바울 감옥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데다, 또 기독교에 대한 대대적인 핍박이 일어나게 되자 젊어서 품은 하나님 나라 비전을 잃어버리고 실망하여 떠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떠나간 사람은 이들 뿐 아닙니다. 16절을 보면 바울이 처음 재판을 받을 때만 해도 바울을 도우면서 든든히 곁을 지키던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들도 다 바울을 버리고 갔다고 합니다. 어쨌든 노년의 바울로서는 마음이 많이 아팠겠지요. 그래도 다 떠나도 끝까지 곁을 지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누가였습니다. 그리고 떠나간 사람들의 빈자리를 메워줄 사람도 한 사람 있었습니다. 11절에서 디모데에게 데리고 오라고 한 마가입니다. 이 마가는 바울의 선교사역 초기에 함께 따라나섰다가 힘들다고 도망쳤던 사람입니다. 바울의 힘을 아주 쏙 빼놓던 사람입니다. 마가로 인해 바울과 바나바가 한 판 싸우기까지 했었지요. 무익한 사람, 분란의 원인이 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유익한 사람이 되었고, 떠나간 사람들의 빈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면 저 사람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다듬으시면 분란의 사람이 화평의 사람이 되기도 하고, 무익하던 사람이 유익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멀리 보지 못하고 지금 당장의 모습만 가지고 사람을 분류해 버립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데마가 마가보다 훨씬 유익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만 몇 년 지나자 데마는 상처를 주고 떠나간 사람이 되었고 마가는 곁에 두고 싶은 유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우리는 얼마나 짧은 안목으로 사람을 재단하고 분류하였던가? 장차 독이 될 사람은 가까이 하면서 장차 약이 될 사람은 내치며 살아오지는 않았던가? 하나님께서 보실 때 때로는 한심하지 않으셨을까?

 그런데 성숙한 신앙은 이런 것까지 뛰어넘습니다. 16절의 바울의 말을 보십시오.

 

 내가 처음 변명할 때에 나와 함께 한 자가 하나도 없고 다 나를 버렸으나

그들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기를 원하노라(16)

 

 바울은 자신을 떠난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그들 탓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삶의 일부 내지 하나님의 섭리(攝理)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지나간 모든 것을 온전히 하나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돌고 돌듯이 우리 인생에도 떠나간 사람도 있고 곁을 지켜주는 사람도 있고 또 떠나간 사람의 공백을 메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야말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다듬어주셔야 할 부분입니다. 지금 작은 것이더라도 내 곁에 있어주는 것들에 대해 무한히 감사하시고, 바꿀 수 없는 것, 떠나간 것들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섭리 속에 내어맡기고 내려놓을 수 있는 믿음을 구하십시오.

 

 

 

2. 정말 소중한 것은 놓치지 마십시오

 

 

 

 주변 인물들의 씁쓸한 동정을 이야기한 후에 바울은 디모데에게 올 때 두 가지를 꼭 가져 오라고 당부를 합니다. 첫 번째는 겉옷이고 두 번째는 가죽에다 쓴 책입니다. 13절입니다.

 

 네가 올 때에 내가 드로아 가보의 집에 둔 겉옷을 가지고 오고 또 책은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13)

 

 21절에 보면 디모데에게 겨울 전에 오라고 한 것으로 봐서 바울은 로마 감옥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해 겉옷을 가져오라고 한 것 같습니다. 바울이 디모데에게 가져오라고 한 두 번째 것은 책입니다. 무슨 책이겠습니까? 예, 맞습니다. 성경책입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이러한 성경책은 없었습니다. 양피지에 쓴 부피가 크고 무거운 두루마리였습니다. 바울은 당대 최고학부인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정통 바리새파 사람으로 훈련받은 사람으로서 모세오경은 기본적으로 다 외우는 사람입니다. 그 외 구약성경들을 죄다 외우다시피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두루마리 성경책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바울은 평생 앓아온 눈병에다가 노환(老患)이 겹쳐 오랜 시간 무엇을 읽는다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지만 그는 생의 남은 마지막 시간을 두루마리 성경과 함께 보내고자 합니다. 우리가 아는대로 바울은 무소유의 삶을 살았던 청빈의 전도자입니다. 천막 만드는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먹고 살면서 세계를 다니며 복음을 전하였던 사람입니다. 그런 바울이 로마에서 순교로 생을 마감하면서 남기는 마지막 유품(遺品)은 아마 디모데가 가져다 줬을 이 두루마리성경책이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살면 살수록 더 애착을 갖고 더 가까이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역시 마지막까지 사람대접 받게 해주는 것은 돈입니까? 기억하십시오. 우리는 나이를 드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마지막 유품이 평생을 품고 살아온 이 성경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경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읽어야할 책, 눈이 침침해서 더 이상 글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읽어야할 유일한 책입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으로서 미국역사뿐 아니라 전 세계역사에 기념비적인 일을 한 링컨대통령은 어머니가 아홉 살 때 돌아가시고 정규학교교육은 1년밖에 받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아홉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손 떼 묻은 낡은 성경책을 전해 주면서 “아들아, 이 책은 내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책으로서 가장 값진 보배란다. 내가 너에게 100에이커 되는 땅을 물려주는 것보다 이 성경책을 물려주는 것을 더 기쁘게 생각한다.” 링컨은 손 떼 묻은 성경을 평생 보배로 여겼습니다. 훗날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성경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임을 믿습니다. 성경 속에 있는 그리스도의 풍성함을 깨닫기 위해 나는 날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합니다!”

 살아오면서 들었던 부질없고 헛된 말들을 지울 수 있는 인생의 지우개가 성경입니다. 가시밭길 헤치며 생긴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는 치료제가 성경입니다. 공허함과 허무함을 이기고 힘들게 살아온 내 인생을 지켜줄 수 있는 것도 성경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붙드는 인생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3. 겸손한 자의식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십시오

 

 

 

 마지막으로 바울은 주님께서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자신을 사용하셨음을 기억하면서 천국을 소망하는 말로써 마무리 합니다.

 

 주께서 내 곁에 서서 나에게 힘을 주심은 나로 말미암아 선포된 말씀이 온전히 전파되어 모든 이방인이 듣게 하려 하심이니 내가 사자의 입에서 건짐을 받았느니라 주께서 나를 모든 악한 일에서 건져내시고 또 그의 천국에 들어가도록 구원하시리니 그에게 영광이 세세무궁토록 있을지어다 아멘(17,18)

 

 바울의 마지막 고백과도 같은 고백을 보십시오. 많은 사람이 떠나갔어도 곁을 지키시며 힘을 불어넣어주신 분이 주님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주님이 그토록 자신을 붙들어주신 이유는 자신이 선포한 말씀이 이방인들에게 온전히 전파되도록 하시려는 목적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무슨 말입니까? 자신은 하나의 도구(道具)였다는 고백입니다. 사람은 대개 자기가 목적(目的)이기를 바라지 도구가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만 우리 믿는 사람들은 가장 영광스러운 것이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는 것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았다는 이 사실 하나로 인생을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도 자신이 다른 사도들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다는 것을 압니다. 바울처럼 많은 교회를 개척하여 세운 사람이 없습니다. 바울처럼 여러 권의 성경을 기록한 사람도 없습니다. 바울처럼 복음 때문에 많은 핍박을 견뎌낸 사람도 없습니다. 바울도 사람인데 그런 정도의 생각은 안 했겠습니까? 했습니다. 고린도전서 15장 10절을 보면 자기가 다른 사도들보다 더 많이 수고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자기를 치는 것입니다.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나는 핍박자요 나 잘 난 줄 알고 살던 사람인데, 어찌하여 하나님께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나 같이 재목이 못 되는 사람을 택하셔서 이렇게 귀한 일들을 하시는가!” 감사하는 것입니다. 감격하는 것입니다. 바울처럼 공로 많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바울은 자기 공로를 내세우지 않고 하나님 은혜를 내세웠습니다. 공로를 내세우면 행복이 없습니다. 은혜를 생각해야 행복합니다. 자기는 도구였을 뿐입니다. 이것이 바울의 정체성(正體性)이었습니다.

 바울은 초창기 서신인 고린도전서에서는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고전 15:9)라고 고백하고, 이후에 쓴 에베소서에서는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엡 3:8)라고 고백하며, 황혼기에 쓴 디모데전서에서는 “죄인 중에 괴수인 나”(딤전 1:15)라고 고백합니다. ‘사도’에서 ‘성도’로 또 다시 ‘죄인’으로 갈수록 자신을 더 낮춥니다. 이것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바울의 겸손하고도 완숙(完熟)한 자의식(自意識)이자 중도폐기 되지 않고 끝까지 쓰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도구라는 고백과 작은 자라는 진실한 고백을 마음에 품고 산 사람이기에 마지막으로 ‘그에게 영광이 세세무궁토록 있을지어다’라고 양심에 거리낌 없이 주님께 영광을 외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맺는 말

 

 

 

 우리가 주님 앞에 서는 날 예외 없이 하게 될 생(生)의 결산을 위한 준비와도 같은 한 해의 마무리! 주님의 섭리가운데 맡겨야할 것은 맡기고, 정말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들은 챙기며, 종국(終局)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한 해의 복기를 이루어내는 성도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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